“그런 말 한 적 없어.”
“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야.”
“너는 너무 예민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가까운 사람과 지내다 보면 같은 일을 두고 기억이 다르거나 생각이 엇갈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어느 순간부터
‘내 기억이 틀린 걸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 관계의 흐름을 천천히 살펴볼 만합니다.
오늘은 많이 들어본 표현인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관계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일까요?
가스라이팅은 상대의 기억이나 감정, 판단을 반복해서 흔들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약하게 만드는 심리적 통제 방식을 뜻합니다. 한 번의 거짓말이나 단순한 말다툼만으로 모두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행동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한쪽의 자신감과 판단력이 점점 약해지고, 상대의 말에 지나치게 기대게 되는 흐름이 생기는지입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내가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스라이팅은 연인이나 부부 사이뿐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 동료처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사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쪽이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계속 통제하려 하거나 자신의 방식만 옳다고 밀어붙이는 관계라면 관계의 균형을 돌아볼 만합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지 확인해보세요
가스라이팅은 초기에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기보다 서서히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실제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처럼 이야기한다.
- 상대가 기억하는 내용을 계속 틀렸다고 말한다.
“너무 예민하다”, “별일 아닌데 왜 그러냐”며 감정을 가볍게 여긴다.
- 자신의 잘못을 상대의 책임으로 돌린다.
- 문제를 꺼내면 오히려 상대가 잘못한 것처럼 상황을 바꾼다.
“너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라는 식으로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 가족이나 친구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만든다.
-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점점 상대의 허락이나 확인을 먼저 찾게 만든다.
핵심은 문장 하나보다 이런 행동이 관계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지입니다.
관계 속에서 내가 달라지고 있지는 않나요?
상대가 어떤 말을 했는지만큼, 내가 관계 안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예전보다 자신감이 크게 줄었거나 늘 상대의 기분부터 살피게 되고, 별다른 잘못이 없어도 자주 사과하게 된다면
관계가 정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기 어려워졌거나, 대화를 나눈 뒤 오히려 혼란이 커지고 내 기억과 감정에 확신이 줄어드는 일이 잦다면 현재 관계를 한 번 정리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모든 갈등이 가스라이팅은 아닙니다
사람은 같은 일을 겪어도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고, 감정이 격해진 순간 말을 잘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두 번의 다툼이나 의견 차이만으로 상대를 특정한 유형으로 단정하기보다, 비슷한 행동이 오랜 기간 반복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내 자존감과 판단력이 계속 약해지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관계에서도 다툼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며,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상대를 말로 반드시 이기려 하기보다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과, 중요했던 대화나 사건은 날짜와 함께 간단히 적어두고, 문자나 메시지를 정리해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관점에서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에는 선을 정할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을 가볍게 다루는 말은 불편해.”
“내 기억과 생각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이런 방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잠시 대화를 멈출게.”
이처럼 짧고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기록을 남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그때그때의 감정 때문에 기억이 뒤섞일 수 있습니다.
날짜, 상황, 오간 말, 그때 느꼈던 감정을 간단히 적어두면 시간이 지난 뒤 관계의 흐름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자나 메신저 대화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해두면 내가 겪은 일을 다시 정리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단, 기록 때문에 상대와 갈등이 더 커지거나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기록보다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 이런 변화가 오래 이어진다면 도움을 받아보세요
관계로 인해 불안, 우울감, 수면 문제, 심한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다면 혼자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통해 현재 상태를 차분히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의 통제가 심해지거나 협박, 폭력, 스토킹, 금전 통제처럼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면 혼자 맞서기보다 주변의 도움을 확보하고 안전한 환경을 우선으로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를 돌아볼 때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 나는 이 관계에서 내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가?
- 내 감정과 의견이 존중받고 있는가?
- 상대와 대화를 나눈 뒤에도 내 판단을 믿을 수 있는가?
- 늘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긴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내 생각보다 상대의 반응을 먼저 떠올리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한 관계에서는 생각이 달라도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인정하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쪽이 계속 상대의 생각을 깎아내리면서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게 만든다면 그 관계가 내 마음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 마음향기 에서 전하는 한마디
가스라이팅은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 안에 있는 사람도
“내가 조금 더 견디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갈수록 나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어려워지고, 계속 불안하거나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내 감정을 인정하고, 내 생각과 판단을 다시 믿는 것.
그 작은 시작이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자꾸 힘들고, 내 생각보다 상대의 반응을 먼저 살피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더 건강한 사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계속 맞추려고 애쓰기보다 나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 필요한 순간도 있어요.
오늘의 글이 지금의 상황을 천천히 돌아보고, 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향기는 앞으로도 일상 속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쉽고 따뜻하게 전해드릴게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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