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정수처리한 수돗물, 과불화 화합물 검출 충격
정부 건강영향조사 뒷짐…대체 상수원 확보 매진을
‘암 발병률과 사망률’이 지난 10년 넘게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부산인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오염된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를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데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한다면 불합리한 생각일까? 먹는 물이 음식과 함께 암 질환과 직접 상관관계가 있다는 학계의 보고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의심이다. 특히 과거 미국의 한 도시주민들에게 특정 암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추적조사를 한 결과 식수원으로 이용된 미시시피 강물과 연관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선례를 봐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그래서일까 부산시도 이미 몇 년 전 환경부에 낙동강 상수원의 건강영향조사를 제안한 바 있지만 환경부가 현재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과연 시민은 수돗물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까? 우리나라 국민의 정수기 사용률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수돗물에 대한 불신 정도를 알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정수기 사용률이 20% 내외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정수기 사용률이 70% 정도 된다는 것만 봐도 수돗물을 바로 음용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러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 중 수돗물을 안심하고 바로 마시는 비율이 10%내외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부산에 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나쁜 수질인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를 상수원으로 공급하는 수돗물을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현재 부산시민이 매일 마시는 수돗물에서 신종 유해물질인 과불화 화합물(PFASs)이 확인되고 있다. 과불화 화합물은 고도 정수 처리로도 잘 걸러지지 않는 유해물질로 부산지역 수돗물의 과불화 화합물 농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준치를 초과한 바 있다. 이는 한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서울 수도권 지역 수돗물의 7배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돗물에 들어있는 과불화 화합물의 농도가 높을수록 각종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해서 최근 미국에서는 과불화 화합물의 기준치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환경부가 부산시 수돗물과 건강과의 관련성에 대한 조사를 거부한 것을 보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강해진다. 정부가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지난 30여 년간 22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수질은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정수 처리 비용 증가와 함께 수돗물 불신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를 상수원으로 공급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깨끗한 물 공급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부산의 수돗물은 낙동강 하류에서 채취하고 있는데, 강 하류의 물을 채취할 경우 수질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정수 과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돗물의 채취는 강 하류가 아닌 상류에서 채취하고 있는 것이다.
강 하류 지역은 이미 오염이 되어 있고, 다양한 외부 물질들이 유입되기 때문에 물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수반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나 지역에서는 강 상류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발전된 고도 정수 처리 기술이라 하더라도 물속의 모든 오염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오염된 하류의 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오염이 축적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낙동강 녹조현상은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 2500만 명에게 공급하는 북한강 상류의 상수원과 비교해보면 낙동강 하류의 오염된 상수원은 더 이상 부산 시민에게 공급되어서는 안 될 오염수다.
가장 좋은 대체 상수원은 낙동강 상류의 물이다. 하지만 오랫 동안 지역적 이해와 갈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일본의 후쿠오카와 호주의 퍼스(Perth)의 경우 부족한 식수원을 해수담수화에서 찾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도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오염된 낙동강 하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해수 담수화 사업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방사능 오염 우려와 비용부담에 따른 경제성의 문제 등이지만 그래도 부산은 근본적으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된 낙동강 하류의 물에 연연하기보다는 풍부한 해수를 활용하든지 아니면 낙동강 상류의 대체 상수원을 확보하든지 둘 중의 하나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수질 오염의 주원인 차단과 함께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당장 부산시민이 마시는 수돗물과 암 발생과의 관계를 밝히는 건강영향조사를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시행해서 부산 암 발병률과 사망률과의 관계를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정책적 시행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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